기업이 움직이려면 ‘생태계’가 필요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생태계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런데 막상 “생태계가 정확히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충은 알 것 같지만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생태계라는 말은 원래 자연에서 나온 개념이다. 숲을 예로 들면 나무, 풀, 곤충, 동물, 미생물, 물, 햇빛, 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환경을 이룬다. 어느 하나만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전체 시스템을 만든다.

기업이나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 인프라와 협력 관계 전체를 우리는 산업 생태계라고 부를 수 있다.

AI 회사는 개발자만 있으면 될까?

예를 들어 요즘 가장 주목받는 AI 회사를 하나 만든다고 해보자.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개발자들을 모아 AI 모델을 만들면 회사가 돌아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AI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우선 AI 모델이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모델이 돌아갈 수 있는 컴퓨터, 즉 서버가 필요하다. 서버 안에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CPU와 GPU가 있어야 하고, 작업을 수행할 메모리와 데이터를 저장할 저장장치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서버만 있으면 끝일까?
그것도 아니다.

서버가 작동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고, 송전과 배전 과정을 거쳐 서버가 있는 곳까지 공급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배터리나 에너지저장장치도 필요하다.

AI 회사 하나가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도 개발자, 서버, 반도체, 전력, 냉각 설비, 데이터센터, 통신망 등 수많은 요소가 함께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생태계다.

 

 

반도체 하나를 만드는 데도 수많은 산업이 필요하다

메모리 반도체 하나를 만드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메모리를 만들려면 웨이퍼가 필요하다. 그리고 포토, 식각, 증착, 세정 등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한다. 각 공정에는 특수 장비와 소재, 화학제품, 부품이 필요하다.

반도체 회사 하나가 모든 것을 혼자 만들 수는 없다.
주변에 장비 업체, 소재 업체, 부품 업체, 물류 업체, 연구기관, 숙련된 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즉, 하나의 기업이 성장하려면 그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협력업체와 기반 시설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자동차 공장도 조립공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에 현대자동차가 공장을 짓고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현대자동차 조립공장 하나만 지으면 자동차를 바로 생산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자동차 한 대에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엔진, 배터리, 타이어, 시트, 유리, 전장 부품, 철강 소재, 플라스틱 부품 등 셀 수 없이 많은 부품이 필요하다.

일부 부품은 멀리서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생산 효율을 높이려면 공장 근처에서 빠르게 조달해줄 수 있는 협력업체도 필요하다. 물류망도 갖춰져야 하고, 숙련된 인력도 확보되어야 한다.

자동차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조립공장만이 아니라 그 주변의 협력업체, 인프라, 인력, 물류 시스템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런 전체 구조를 우리는 산업 생태계라고 부른다.

 

공장 유치만으로 지역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지역에서 공장을 유치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물론 공장 유치는 중요한 일이다. 일자리가 생기고, 인구가 유입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땅을 제공하고, 공업용수와 전력을 공급한다고 해서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입지를 선정할 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전력과 용수는 기본이고, 부품을 공급해줄 협력업체가 있는지, 물류비를 줄일 수 있는지,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 있는지, 연구개발과 교육 인프라가 있는지까지 살펴본다.

왜냐하면 이런 생태계가 갖춰져 있어야 비용을 줄이고, 생산 속도를 높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생태계를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 발전을 위해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생각은 좋은 방향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공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공장 하나만 바라보는 정책으로는 부족하다.
그 공장을 중심으로 협력업체가 함께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며, 전력과 물류, 연구개발 인프라를 함께 조성해야 한다.

기업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수많은 연결고리가 있다.

그 연결고리를 얼마나 잘 만들어주느냐가 앞으로 지역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니라, 기업이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 정책이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공장 유치를 넘어, 기업이 뿌리내리고 자생할 수 있도록 생태계 전반을 엮어주는 세밀한 지원 정책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My Opinion > 산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품산업의 가치구성요소  (2) 2021.03.04
Posted by 오늘보다나은내일
,